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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거리

한국 공포영화 클로젯 리뷰

by Winterfall 2021.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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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클로젯에는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예상 가능하면서도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요소들이 등장합니다. 불행한 사건을 겪은 가족, 불길한 징조를 보이는 시작, 외딴곳에 떨어진 집 같은 것이죠. 근데 그런 부분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급하게 넘어갑니다. 아마 괜스레 떡밥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거기에 몰입하느라 영화 내용을 꼬아보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극의 주제를 전달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녀의 갈등, 딸의 외로움, 딸의 변화, 실종의 과정이 너무 급하게 이루어집니다. 물론 이해를 못 할 정도로 스쳐 지나가버리는 건 아니에요. 이해가 갈 정도는 보여주는데, 그 부분이 너무 축소되어 있다는 거죠.

그렇게 초반이 급하게 전개되다 보니, 관객이 귀신이 대해 공포감을 키워가는 시간을 주지 않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대신 놀라게 하는 장면이 강렬하게 등장해서 무서움의 지분을 챙겨버리죠. 다만 지분을 너무 챙겨버린 탓에 앞선 내용들의 임팩트가 죽어버리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그래도 놀라게 하는 장면은 잘 만들어서, 겁쟁이인 저는 소리를 질러버릴 정도였어요. 차라리 그렇게 놀라게 하는 장면을 몇 개 더 넣기라도 하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만, 두어 장면이 끝이고, 아쉽게도 그 부분이 귀신이 주는 공포의 끝이었습니다.

퇴마사로 등장하는 김남길의 등장 이후로는 퇴마액션영화로 장르가 바뀌어버리면서 공포가 크게 희석되기 때문이죠. 김남길의 활동 이후로 실체 없는 귀신은 어둑시니라는 모습으로 실체화되어 나타나는데, 생김새가 좀비 같습니다. 안 보이던 귀신이 좀비 같은 실물로 등장해버리니 미지가 주던 공포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옷장 속, 문 뒤, 천장 속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포를 유발하는 귀신류는 끝까지 보이지 않아야 무서움을 유지할 수 있죠. 등장하려면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에서 공포를 해소하는 모습으로 등장 하든가, 일부의 모습만 나오거나 짧게 겁을 주고 사라져야 해요. 근데 이렇게 중반부터 괴물 같은 실체로 장시간 등장해버리니 도망치거나 맞서면 되는 괴물 같은 존재로 격하되어버립니다.

주인공 일행을 괴롭히는 공격도 상당히 힘이 빠집니다. 어둑시니 졸개들은 할퀴려고 하고, 대장은 염동력으로 공격합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히어로 무비의 공포 테마를 가진 빌런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시간제한이 존재하는 귀신의 영역에 침입해서도 마찬가지예요. 주인공은 아무 대책도 없이 귀신의 영역에 들어가서는 칼에 찔리고 베이면서도 다리를 절지도 않고 잘도 뛰어다니고, 어둑시니들은 그렇게 많은 숫자가 식칼을 들고도 주인공 하나 저지하지 못하면서 정말로 무서운 존재들이 맞는지 의심마저 생깁니다.

딸아이를 구하는 과정도 결과적으로는 어른들이 잘못했다, 아이들은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주제를 욱여넣으며 긴장감이 사라집니다. 그렇게 해결되어버렸으니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도 긴장감 없이 그냥 돌아오는 것뿐이에요. 시간제한이라는 급박함을 주는 장치가 그냥 설정으로만 존재하고 끝나버려요.

마지막에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같은, 공포영화의 클리셰 장면도 그냥 옷장만 있는 상태에서 문만 열리거나, 아이가 돌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문이 열리면서 끝나면 좋았을 텐데 너무 대놓고 나 귀신이요 하며 끝납니다. 그것도 처음에 놀라게 하는 장면과 너무 다르게 평이하게요.

하정우라는 걸출한 배우의 연기도 어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다른 부분은 다 좋은데 딸아이와 대화할 때 정말 어색합니다. 아마 딸과의 소원한 관계라는 느낌을 주려는 연출 같은데, 실제로 보면 연기가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하정우라고 하면 연기력 만큼은 스스로 자랑해도 될 만큼 훌륭한 배우고, 관객이든 동료 배우든 하정우의 연기력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몇 없다는데 이견이 없을 배우인데도 이 영화에서는 좀 어색해요. 김남길 배우와 함께 할 때는 전혀 안 그런데, 아이를 대할 때만 좀 그렇습니다. 김남길의 캐릭터도 아쉽죠. 진지한 분위기의 공포물인데, 김남길의 캐릭터는 가벼워요. 중요하게 작용하는 무거운 과거를 지니고있지만, 그냥 캐릭터로만 보면 능청스럽고 유머감각있는 인물입니다. 물론 연기 자체는 진짜 잘했어요.

그래서 의문이 남아요. 비판을 해놨지만 영화 자체가 노잼인 그런 영화도 아니거니와, 급하게 넘어가지만 설명은 다 되는 영화에요. 캐릭터들도 이상하게 붕 떠있지만, 시간을 들여서 설명하면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었을 겁니다. 특히 김남길이 연기한 허경훈이라는 인물은 조금만 시간 들여 설명했으면 단순히 극의 분위기를 퇴마액션으로 만들어버리는 인물이 아닌, 아픔을 지녔지만 유머로 그 부분을 포장하고 결정적일 때 진지하게 임하는 인물로 보였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하정우와 충돌과 해소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죠. 근데 그러지를 못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제작 기간과 예산 문제로 시나리오를 축소해서 급하게 찍고,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도 상영시간 제한에 맞춰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들어내면서 이렇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과 예산의 부족이 영화의 완성도를 깎아먹은 게 아닌가 해요. 하지만 영화는 이렇게 나왔고, 실제로 그런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다 해도 관객들이 이해해줄 필요는 없죠.

그래도 하정우, 김남길, 박성웅이라는 연기력 하면 알아주는 배우들이 그 이름에 걸맞은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볼만하긴 합니다. 다소 아쉽지만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이야기 자체는 깔끔하게 끝내니까요. 겨울에는 만나기 어려운 공포영화라는 반가움도 한몫합니다. 아쉬운 면도 있지만,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보라고 권할 만은 한 것 같습니다.

몬타나 존스라는 고전 애니메이션에서 악당 박사가 상사에게 패배를 질책당하면 꼭 하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시간과 예산을 조금만 더 주시면..."

그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급한 느낌이 드는, 그래서 아쉽긴하지만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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