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가 적다.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정말로 상당히 적다. 단순히 같은 반이었던 사람이어서, 같은 강의를 들어서, 같은 학교를 나와서 아는 사람이라는 말보다 친구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그런 친구가 대부분인듯 싶다. 이렇게 정의하면 기분 나빠할 친구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런듯하다. 내가 정말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중에 제일 친한 친구는 있지만, 그 친구들중에 나를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건 추측이 아니라 단정할 수 있는 확신이다. 물론 그런 문제는 인간관계에 게으른 내가 가장 큰 문제인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하는 마음은 없다. 나같아도 딱히 나같이 평범하게 성격나쁜(?) 친구랑은 어느정도는 친해도 깊이 친해지는건 아마 어려울테니까. 이런 상황이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지금 와서 인간관계를 재구축하기 위해 술자리를 찾아다니는것도 못할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내 일정이 바뀌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편이다. 일정이라고 해봤자 퇴근하고 집에가서 씻고 밥먹고 운동 조금하고 내가 보고싶은 영화나 책, 만화책을 읽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그런 일상. 그런 일상이 갑자기 바뀌는 게 굉장히 싫다. 미친거 아니냐? 그럴지도 모르겠다. 일정이 바뀐다고 불같이 화를 내거나 막 염병지랄을 떠는건 아니지만 그냥 싫다. 왜냐고 물어봐도 모르겠다. 그냥 싫은데 어쩌라고? 내 평상시 일정이 주에 몇 번은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거나 어디를 가거나 하는 성향이었으면 모르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 이딴 일상이 좋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아마 게으른 성격에 시끄러운것도 싫어하고 담배냄새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성향까지 더해져 더더욱 그런것 같다. 그런 내 성향을 알기 때문에 친구들이 나름 배려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걸 계속 강요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조용한곳에서 차나 마실수도 없는 노릇이다보니, 이런 핑계를 대면서 점점 만남을 피하게 되었던듯하다. 근데 친구가 적다고하면 슬플거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부럽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간절하지도 않고. 내가 그렇게 느끼지 않는데 왜 그렇게들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친구가 많고 막 매일 같이 친구를 간절히 바라며 우는것도 아닌데. 책이나 영화를 보면 나오는 아름다운 우정같은걸 보면 그래 저런 베스트 프렌드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은 하지만, 아마 내가 초등학교때로 돌아가서 지금까지 다시 산다고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난 이런 인간관계에 관해서는 그다지 불만은 없다. 아니, 대체적으로 만족하는편이다. 경조사 문제 이야기를 하는데, 그거야 그때의 문제고. 오히려 경조사 때문에 친구들 찾아다니는것도 그닥 내 성격에 어울리는것 같지는 않다. 철이 덜 들어서 그러것 같기도하다. 근데 참 이상하다. 예전에는 그래도 친구들 가끔 만나고 술도 한 잔 하고 그랬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더 그런 자리에 나가는 게 꺼려지는건 왜그러는걸까? 은둔형 외톨이도 아니고 평상시에는 멀쩡하게 다니는데. 이유를 모르겠고, 이제와서 알아도 개선될것 같지도 않다. 평범하게 친구들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불쌍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친구가 적고, 지금의 내 생활에 만족한다(금전적인거 빼고).
덧. 예전 여자친구 어머님께서 내가 굉장히 다정한데 가끔 인간이 어쩜 저렇게 차가울 수 있을까 하는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말투도 그렇게 변한다고 하셨었다. 여자친구에게 물어봤더니, 말은 안했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했었다. 그때 한창 싸이코패스, 소시오패스를 보면서 혹시 내가 소시오패스 경향이 있는건 아닐까 걱정하던 시기라(소시오패스가 그딴 걱정을 하겠냐만)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던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상환이가 내게 김치좀 썰어달라고(...) 부탁했을때 니가 하라고 한적이 있는데 마치 자기를 벌레 보듯이 봤다고 마음상해했던적이 있었던 게 기억난다. 내가 실제로 그런식으로 표정이 더러운가? 그럼 다 내가 잘못생긴 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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