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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준익
장르 : 전쟁, 드라마
출연 : 수애, 정진영, 정경호, 엄태웅, 주진모, 신헌탁
이제서야 보게된 님은 먼곳에. 사실 광고를 계속 보면서는 "사랑을 위한 험난한 여정" 으로 생각되는 영화였다. 사랑하는 님을 먼곳에 보내고 그를 보기위해 찾아가는 험난한 여정. 그렇다. 나는 그런 영화를 보기를 기대했다. 물론 그런 장르를 좋아하는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나의 예상을 여지없이 빗나가게 했다. 네이버의 누군가의 영화평에서 "첩하고 조강지처하고 같나?" 라는 대사는 스텝롤이 올라가며 불평을 내뱉을 "무지한 관객" 을 향한 조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는데, 나는 이게 여지없는 개소리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과연 이 영화는 "조강지처" 라는 그 단어에 큰 의미가 부여된, 조강지처의 자아찾기란 말인가? 조강지처에 의미를 부여해놓고도 사랑찾아 떠나는, 조강지처의 자리 지키기가 아니라 자아찾기라는 개소리같은 리뷰에 정말 알바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두서없고 조작된듯한 리뷰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화를 보면 조강지처인 순이는 전혀 조강지처의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 남편은 결혼직후 도망가듯 군대로 가버렸다는 것이다. 거기에 시어머니의 씨를 받아오라는 어처구니 없는 갈굼에 어쩔 수 없이 한달에 한 번 가는 면회에서도 남편은 손도 대지 않고 등돌리고 자빠져 누워 잠만자는, 부부의 정이라고는 코딱지 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상황이다. 설상가상 남편에게는 애인까지 있었다. 그런걸 용인할 정도로 순이는 남편을 사랑했을가? 극 내내 순이에게 그런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만(정진영)의 아이를 임신한 제니(조미령)가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더 애처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부대 내부에서 사고를 일으켜 영창이냐 월남이냐의 기로에서 월남을 택해 홀랑 월남으로 가게된 남편을 찾으러가는 순이. 가게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에서 보면 순이는 사랑때문에 가는것이 아니라 불쌍한 시어머니를 보낼수는 없어 그냥 자기가 가는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개잡소리같은 리뷰들에 섞인 40대 이상은 이해한다, 저 당시의 실상은 어쨌다, 저것이 의미하는것은 어쩌고 하는 영화를 미분적분에 인수분해하듯 분석해대는 애널써커들의 빠는소리를 듣고 아무리 영화를 다시봐도 이해가 안간다. 월남전과 그 시대에 대한 영화나 자료가 님은 먼곳에 하나 뿐이었단 말인가? 아니면 그 시대를 완벽하게 재현한게 님은 먼곳에 밖에 없어서 다른 자료들보다 공감이 안가는 것일까?
여하튼 자신의 애를 가진 여성조차 따귀를 때리고 떠벌리면 죽여버린다고 협박하며 돈까지 뺏어가고, 예전에 월남에 갔을때는 그와 함께했던 동료들의 돈마저 훔쳐서 달아난 인간 쓰레기 정만의 도움 아닌 도움으로 순이는 월남으로 간다. 첫 공연 무대에서는 떨면서 도망쳤던 그녀는 점점 살아남기위해, 남편을 만나기위한 일념으로 점점 섹시하고 대담해져간다. 장병들에게 속옷을 던져주고, 비키니같은 의상도 입으며 점점 뛰어난 엔터테이너(...)로 변모해간다. 자신의 자아를 찾기위해 그렇게 공연을 열심히 했단 말인가? 아니면 남편을 사랑해서? 정말 어디에서도 그녀가 그렇게 고생을 해야만하는 당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거의 마지막에는 적에게 잡혔다가 미군에 의해 구출된 후에 남편을 찾기위해 미군 장교에게 몸까지 던져준다. 자아를 찾기위한 대가란 말인가? 어쨌든 몸을 준 댓가로 남편을 건져내게 된 순이는 남편이 귀환하는걸 못기다려 직접 전선으로 간다고 우긴다. 절대 안된다는 국군 장교의 만류에 우울해하는 순이의 얼굴을 본 정만은 느닷없이 순이를 도와 헬기에 타게 도와준다.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계속해서 돈만 밝히던 정만이 스크린에 보이지 않은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느닷없이 사람이 변했다. 결국 순이는 남편이 있는 전선으로 가게되고 거기서 남편을 만나게된다. 말도 없이 떠나버린 남편의 따귀를 때리고 남편도 순이도 엉엉 울게된다. 점점 색이 바래져가는 화면에서, 전쟁이 한창인 화면의 가운데 서있는 부부. 그 장면은 솔직히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자아찾기라고 생각해도 어떻게 생각해도 감정 이입이 어려운 부분이 너무나 많다.
주인공인 순이의 그런 순애보적인 행보(자아찾기라고 하기에는 그녀가 치르는 댓가들이나 마지막 장면등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인간 쓰레기 정만의 순간적인 변모. 전쟁통에 살아남기 위해 변해가는 여인이라는 느낌도 별로 들지 않으며 그저 억지로 만들어진 억지스러운 영화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혹시 몇편으로 나뉘어진 시나리오를 갑자기 한편의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려니 이런식으로 나온게 아닐까? 솔직히 이 영화를 드라마 형식으로 몇편에 나눠서 나왔다면 상당히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너무 잘라먹고, 너무 건너 뛰었다. 저평가된 영화니 이해 못하는 관객이니 하는 개소리는 접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예술영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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