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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시작한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29kg정도가 빠졌는데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서 여자친구랑 헤어지는 일도 있었으니 그다지 그 기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사실 내가 뚱뚱한건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 눈에 어느정도로 비춰지는지 잘 몰랐다. 그냥 뚱뚱하니까 나다니기 창피하긴 하다는정도였으니까. 여자친구가 가끔 the biggest loser에 나오는 그 거대한 사람들과 똑같다고 했었는데 웃기지 말라고 면박을 줬었다. 근데 어느날 거울을 보니 여자친구의 말이 사실이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딱 더도 덜도 아닌 그 모습이었다. 충격. 더군다나 방진복을 입는 회사에 연구쪽 일로 면접을 봤는데 방진복 사이즈가 안맞겠다며 서류전형에서는 통과하고 면접을 보기 전에 떨어지는 너무나도 창피한 일을 당하고 나니 이대로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72kg때 입던 바지를 꺼내보니 과장 조금 보태서 다리 한짝 들어가면 끝이었다. 한심했다. 몸통이 두배로 불어날때까지 뭘 했던걸까? 사실 뚱뚱한 게 창피하고 좋지 않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이라는 철 없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거였으니 자기관리의 실패자라는 말을 들어도 변명할 여지는 없다. 그래서 변해야했다. 능력도 키도 외모도 별로인 내가 몸까지 뚱뚱하면 아무에게도 호감을 주지 못하는 정말로 최악의 루저가 될테니까. 무리한 일정을 강행했으며 그것이 몸에 좋지 않은 결과를 줄거라는걸 알면서도 해야만했다 - 물론 이뇨제, 설사약, 구토같은 방법은 쓰지 않았다 - 더 이상 시간이 없었으니까. 일단 거진 30kg를 빼고나니 전에 입던 옷과 벨트가 맞지 않았다. 벨트는 제일 안쪽까지 졸라매도 헐렁해서 구멍을 한 개 더 뚫었고 단추가 터질것 같았던 와이셔츠와 남방, 티셔츠들은 맞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갈길이 멀다. 이제부터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게 될테니까. 그래도 해야지. 어차피 늦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더 늦기는 싫으니까.
오늘 몇접을 봤다. 얼마만에 본 면접인지 기억도 안난다. 너무 오랜기간을 빈둥거린거 같다. 정장도 참 오랜만에 입어봤다. 가서 면접을 봤는데 학력도 성격도 안보고 개인의 능력만 본다고 했다. 한달에 자기 능력에 따라 한달에 몇백에서 천만원까지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본급은 없었다. 물론 어느정도의 돈은 지불되지만 말이다. 이런류의 일은 보통 아무나에게 면접제의가 들어가기 때문에 아, 실수했다 라고 생각했다. 아마 대졸자 이상에게는 대부분 면접제의를 한 느낌이다. 거기다 능력만 본다는 말은 얼핏 들으면 매력적이지만 스펙이 구린 사람이 한달에 500~1000만을 벌어간다? 정말 꿈과 같은 일이다. 한마디로 가능한 사람만 가능한 일이고 너 아니라도 일 할 사람은 많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아무나 시켜보고 잘하면 냅두고 못하면 그만두게 하거나 자르면 그만이다. 기본급조차 없으니까 스스로 그만 둘 수 밖에. 기본급이 없어도 팀내 인센티브에서 일정량이 지불된다지만 그게 오히려 독이다. 난 실적이 없는데 팀의 단물만 빨아먹고 있다고 느끼게 될것이고 팀 동료도 그렇게 느끼게 될것이다. 물론 그 회사 자체를 비난할 마음은 없고 능력이 있으면 실제로 돈은 벌 수 있겠으나 시스템 자체만 보면 비정하게 느껴진다. 거기 사람들도 일을 하고있는건데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 보일수도 있겠다. 그런데 사회 물을 많이는 아니라도 좀 먹어보니 사회는 학교와는 전혀 다르다는걸 알게되었다. 반에서 다수결을 하는데 소수가 반대에 손을 든다거나 하는걸 웃고 넘기는 그런 일은 없다. 반에서 돈을 걷는데 한 사람이 돈이 모자란다고 안내도 되는 그딴 일도 없다. 물론 동료애도 있고 친한 사람도 있지만 경쟁구도에 있는 회사에서는 그런것조차 희미한 끈에 불과한거다. 능력만 본다는건 그런거다. 나는 안정된 수입 안에 계획을 세워야하는 판이기 때문이고 늙은건 아니지만 나이까지 생각해보면 모험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거기다 500~1000만에 혹해서 감사합니다 하고 덥썩 떡밥을 물 나이도 아니고 말이다. 설사 그 떡밥을 물고 물었는데 대박이어서 내가 승승장구한다고해도 팀내에서 못하는 사원이 팀 인센티브만 먹고있다면 그 사원에게 관대해질 자신도 없다. 다음주까지 일을 할지 안할지 연락은 주겠다고 했으나 결국 못하겠다고 연락을 할 생각이 굳었다. 면접을 보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땀이 비오듯 흘렀다. 요즘들어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데도 몸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는경우가 잦은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다이어트 부작용인가? 엄청 뚱뚱할때보다 오히려 움직이면 땀이 더 많이나고 힘들다. 버스를 거의 30분을 기다렸는데 버스가 와서 타려고 움직이는 찰라에 눈앞에 하얘지고 머리가 띵하면서 심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게다가 배도 아프고 속도 메스꺼웠는데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 적지 않게 당황했다. 진짜 몸의 컨트롤이 안되는게 고통스러웠다. 버스를 타야하는데 손은 오그라들고 발이 잘 떼어지지 않는걸 억지로 걸었다. 시야가 정말로 좁아졌다. 바로 앞밖에 안보였다. 경마할때 말에 씌우는 안대로 눈 양 옆을 가린거 같았다. 비틀비틀 거리는 게 아마 뒷사람이 보기에 문제있는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했다니.... 하여간 버스 손잡이를 잡고 몸을 끌어당겨서 버스를타고 풀린 눈으로 간신히 버스카드를 찍고 빈 자리 아무데나 주저 앉았다. 갑자기 양 팔까지 엄청나게 저릿저릿하면서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싶었다. 에어컨은 추울정도로 나오는데 몸에서 땀은 비오듯 흘러서 고통스러웠다. 아니 그보다 옆에 아줌마가 있었는데 쪽팔린 기분이 더했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집까지 거의 50분이 걸리는데 눈을 감고 창피한것도 모르고 입을 헤 벌리고 색색 거리며 숨을 쉬었다. 물론 그렇게 눈에 띄게 한건 아니지만 내 꼴을 보면 웃기다고 했을거 같다. 에어컨이 추울정도로 나오는데 땀을 질질 흘리면서 입을 헤 벌리고있는 꼴이라니. 잠든거 같지는 않았는데 의외로 시간은 빨리 흘러서 금방 집에가는 버스 타는곳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고나니 조금 나아져서 머리가 약간 띵한거 말고는 괜찮았다. 목이 너무타서 포카리 스웨트 1.5리터를 사서 집에오자마자 벌컥벌컥 들이켰다. 근데... 빨리 집에가서 쉬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음에도 길가에서 파는 화분을 골라서 사온거 보면 나도 좀 제정신은 아닌듯 싶다. 화분에 옮겨 심어야하는데 지금은 너무 피곤하니 좀 쉬다가 저녁에 옮겨야겠다.
하여간 앞으로 면접이 다섯개 정도 더 남았다. 세개정도는 쭉정이고 두개는 볼만한듯 하다. 거기다 집에서도 가깝다! 연봉도 괜찮은편. 면접이 몇 개 더 들어올듯한데 다음주까지 보다가 선택을 마쳐야겠다. 시간이 없다. 일단 좀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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